공작사마귀새우의 눈에 있는 광수용기가 사람의 네 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연구자들은 “인간이 짐작도 하기 힘든 다채로운 색을 보고 있을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실제 색을 구분하는 능력은 형편없었다. 오히려 광수용기를 세 종류밖에 갖지 못한 인간이 수백만 가지 색을 구별해 낸다는 사실이 주목받았다.
재키 히긴스는 이런 식의 뒤집기를 반복한다. 각 장은 동물의 감각으로 시작해 인간의 감각으로 넘어간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2400년 전에 정리한 이래 이어져 온 ‘오감’이라는 분류법에 문제를 제기한다. 신경생물학자들에 따라서는 감각의 종류가 22∼33개에 이른다고 보기도 한다. 저자는 이 가운데 12개를 골라 익숙한 다섯 감각에 색각과 균형·시간·방향·욕망·쾌감과 통증·몸 감각을 더했다.
별코두더지의 코는 손처럼 갈라져 있지만 실제로는 촉각기관의 역할을 하고 뇌에서는 시각피질을 넘겨받아 눈이 맡던 몫까지 처리한다. 메기는 몸 전체가 미각수용기로 덮여 있어 우리가 아는 형태의 혀가 따로 없다. 저자는 별코두더지를 이야기하다가 사람의 손끝이 얼마나 촘촘하게 자극을 읽어 내는지, 문어의 팔 여덟 개를 설명하다가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자기 몸의 위치를 끊임없이 갱신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끈다.
먼지거미를 다룬 장에서는 빛이 차단된 공간에 사람을 격리했던 초기 실험들이 등장하고, 철새의 자기장 감지를 따라가는 장은 양자역학의 문턱까지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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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에서는 팔이 중추신경계의 통제를 부분적으로만 받는 문어 이야기와 몸의 위치 감각을 잃은 환자의 사례가 이어진다. 문어의 팔은 소프트로봇 ‘옥토봇’의 개발로 이어졌다. BBC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오래 야생동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저자는 논문들 사이에 연구자들을 직접 만나 들은 생생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을 넓혀 방울뱀처럼 적외선 열을 느끼고, 꿀벌처럼 자외선을 본다면? 메기의 미각과 별코두더지의 촉각, 치타의 평형감각을 느낀다면? 혀로 ‘보는’ 장치, 소리를 진동으로 ‘느끼는’ 조끼처럼 시각·청각장애인을 돕는 기기가 이미 나와 있다. 히긴스는 지각의 멋진 신세계가 인간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496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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