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와 엘니뇨 영향으로 파나마운하의 일일 통항권 경매가가 이달 들어 평균 110만달러(약 15억원)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파나마운하 발보아 항구에 컨테이너가 적재된 모습. [AP]
파나마운하의 통항권 가격이 1년 사이 16배나 치솟으며 사상 최고 가격을 뚫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우회 물동량이 몰린 데다, 엘니뇨로 인한 가뭄이 운하 수위를 낮추면서, 통항 가능 선박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겹친 탓이다. 여기에 파나마운하청이 선박의 흘수(吃水·draft) 제한을 잇달아 강화하면서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이달 파나마운하의 일일 통항권 경매 가격은 평균 약 110만달러(약 15억5000만원)로, 지난해 8월보다 16배 넘게 올랐다.
파나마운하 통항권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한 이란 전쟁이 시작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한 이후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중동산 석유에 의존했던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걸프 연안산 원유·석유제품 구매로 대안을 찾았다. 이 물량이 아시아로 들어오려면 파나마운하를 거쳐야 한다. 이란 전쟁이 파나마운하 통항 수요와 통항권 가격을 동시에 밀어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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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6월부터 전 세계에서 기후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엘니뇨가 파나마운하 통항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엘니뇨로 인해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오르고, 파나마 일대에는 심각한 가뭄이 이어졌다.
이는 파나마운하의 수위를 낮춰, 화물선들의 통항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원자재 가격정보업체 아거스의 로스 그리피스 미주 화물운임 책임자는 “현재 문제는 수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이라며 “통상 5월부터 12월까지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나마운하에 물을 대는 인공호수인 가툰호의 수위 역시 165~2022년 평균을 밑돌고 있으며 앞으로 몇 달간 더 낮아질 것으로 아거스는 추산했다.
수위가 낮아지면 파나마운하를 지나는 선박의 화물 적재량이 제한되고, 하루 통항 가능한 선박 수도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통항권을 확보하려는 선사들은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통항권 가격은 더 올라간다.
아거스 집계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대형 선박이 이용하는 대형 갑문 통항권 평균 가격은 250만달러(약 35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8일 일부 경매에서는 네오파나막스(대형 컨테이너선급) 갑문 통항권이 최고 378만달러(약 53억4000만원), 파나막스(중형 컨테이너선급) 갑문 통항권이 최고 263만달러(약 37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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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급등에는 파나마운하청의 흘수 제한 조치도 한몫했다. 흘수는 선박이 물에 잠기는 깊이를 뜻한다. 흘수 제한이 강화되면 선박은 그만큼 화물 적재량을 줄여야 해, 운송 비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 달 동안 파나막스 갑문에는 세 차례에 걸쳐 흘수 제한 조치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선박의 최대 흘수는 통상적인 50피트에서 다음달 3일까지는 47.5피트로 낮아질 예정이다.
파나마운하청의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파나마운하 물동량 기준 세계 4위를 기록할 정도로 해당 운하 이용 비중이 높다.
파나마운하는 한국 기업이 미국 동부와 걸프만 지역, 남미 등으로 화물을 수출입 할 때 거리와 물류비를 단축해 주는 핵심 해상 무역로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들도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파나마운하 물동량에서 각각 2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이에 대해 파나마운하청은 FT에 “최근 일부 선박이 시장 수요에 맞춰 통항권을 확보하려고 경매에서 100만달러(약 141억3000만원)가 넘는 금액을 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파나마운하청이 정한 공식 통항료가 아니라 “일시적인 시장 변동”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파나마운하청 대변인은 “이번에 발표된 흘수 조정으로 하루 선박 통항 횟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 제한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28일 일부 경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