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개막식에서 레슬리 위어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회장이 화합을 상징하는 징을 울리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공동 조직위원장인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과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다리고 있다.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국가위원회 제공
“지난 1년 반에서 2년 사이에 인공지능(AI) 기업들은 우리 도서관이 축적해온 방대한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채굴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끝이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10일 낮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을 찾은 한 청중이 물었다.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30년간 정보 담당자로 일해온 주디스 콩클린 최고정보책임자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요. 그들은 이제 영원히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공도서관이니까, 어찌 됐든 그들이 우리 데이터를 이용하길 바랍니다. 대신 (정보망을 지킬) 방어책을 찾아야겠지요.” 인공지능 시대, 도서관들의 깊은 딜레마를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인공지능과 검열이라는 위기 앞에 도서관의 미래와 역할을 고민하기 위한 세계 도서관 관계자들의 축제인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가 이날 부산에서 막을 올렸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해마다 개최하는 국제회의로, 2006년 서울 대회 이후 2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열렸다.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개막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은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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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국가위원회 제공
개막일인 이날 아침, 벡스코 오디토리움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도서관 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15개국 3천여명이 참여했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처음 개최된 뒤 올해 90회를 맞은 대회의 슬로건은 ‘변화를 이끄는 도서관’으로, 지난 100년과는 또 다른 질적 위기를 마주한 도서관계의 긴장이 반영된 듯 보였다. 에이아이가 가져온 편익 이면의 위험성,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훼손되는 유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스트롱맨’의 등장 속에 다시 고개를 드는 검열의 위험까지, 도서관들이 마주한 위기는 인류가 마주한 위기와 다르지 않다 .
개막식에선 에이아이로 촉발된 변화에 도서관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캐나다의 도서관·문헌정보 전문가인 레슬리 위어 국제도서관협회연맹 회장은 “정보와 지식의 불평등이 현실 세계에 너무나 쉽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죄악”이라며 “도서관이 변화에 저항한다는 고정관념에 기대서는 안 되며, 위험을 감수하고 지역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 앞에 “대담해져야 한다”는 요구다.
레슬리 위어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회장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국가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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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 곳곳에서 이어진 부대 세션에서도 화두는 에이아이발 위기였다. 과거의 검색 엔진과 도서관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도서관은 소장 자료가 널리 이용되길 원하고, 검색 엔진들은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이아이 기업의 채굴은 도서관 데이터베이스망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날 낮 ‘장서 크롤링(수집)에 대한 도서관의 대응’ 세션에서는 미국·독일·싱가포르·카타르·노르웨이 도서관의 피해와 대응 상황이 공유됐다. 이들은 입을 모아 ‘안전한 공존’을 외쳤다. 카타르 국립도서관의 아리프 샤온 박사는 “디지털 인프라를 보호하는 동시에 문화유산을 최대한 개방해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전략적 질문”이라며 “아직은 확실한 해결책이 없다”고 갑갑함을 토로했다.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운데 징을 중심으로 왼쪽에 레슬리 위어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회장, 공동 조직위원장인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서 있다. 징 오른쪽에 선 이는 전재수 부산시장.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국가위원회 제공
대회는 13일 폐막까지 나흘간 이어진다. 11일엔 남영준 신임 국립중앙도서관장을 비롯한 44개국 국립도서관장이 도서관계의 위기와 전망을 공유해 ‘부산 선언’을 선포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주최 쪽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사막 경관을 그대로 살려 신축한 ‘메사 게이트웨이 도서관’에 ‘올해의 공공도서관상’을 시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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